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忘解
(잊음을 논함)

유한준

余曰女病女之忘乎夫忘之非病也
女求女之不忘乎夫不忘之非非病也
夫不忘之所以爲病而忘之所以爲非病者
何也由於可忘而不忘也
夫可忘而不忘而謂之忘是病也
則是將以不可忘而忘之而謂之忘非病也而可乎
天下之患何興乎
興於不忘其所可忘而忘其所不可忘

너는 잊는 것이 병이라고 생각하느냐?
잊는 것은 병이 아니다.
너는 잊지 않기를 바라느냐?
잊지 않는 것이 병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잊지 않는 것이 병이 되고,
잊는 것이 도리어 병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근거로 할까?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데서 연유한다.
잊어도 좋을 것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병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는 사람에게는 잊는 것이 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이 옳을까?


새해에 집에서 온 서신을 받고
정약용

歲去春來漫不知 / 鳥聲日變此堪疑 / 鄕愁値雨如藤蔓
瘦骨經寒似竹枝 / 厭與世看開戶晩 / 知無客到捲衾遲
鈔取醫書付一鴟 / 千里傳書一小奴 / 短檠茅店獨長吁
稚兒學圃能懲父 / 病婦緶衣尙愛夫 / 憶嗜遠投紅稬飯
救飢新賣鐵投壺 / 施裁答札無他語 /飭種檿桑數百株


한 해가 다 가고 봄이 왔어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새소리가 매일 변하여 무슨 일인가 하였다네
비가 내리면 고향 생각이 등나무 덩굴같이 뻗어 나가고
겨울을 겪은 여윈 몰골이 마치 대나무 가지 같네
세상의 모습을 꺼려하여 방문을 늦게 천천히 열고
손님도 없을 것을 미리 알아 이불도 천천히 게네
아이들이 무료한 삶을 흩트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의서에 적힌 내용에 맞춰 빚은 술 한 단지를 부쳐 왔네
한 어린 종이 천릿길을 달려 가지고 온 편지를 보며
초가집 작은 등불 아래에서 홀로 앉아 한숨을 짓네
어리고 어린 자식들이 농사를 배운다 하니 아비로서 잘못을 뉘우치게 하고
병이 든 아내가 옷을 꿰매어 보내니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 알겠네
즐겨했던 것을 늘 생각해서 먼 이곳으로 찰밥을 보내 주고
굶주림을 막으려고 철투호를 새로 팔았다네
답장을 쓰려 아무리 헤아려도 달리 할 말이 없어
뽕나무나 수백 그루 심으라고 부탁하네